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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가 ‘처서’ 였다고 합니다. 일년을 24절기로 나누죠. 그 중에 14번째 절기가 ‘처서’인데, ‘여름의 무더위가 가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절기’입니다.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확실히 좀 선선해 졌죠. 낮이 확실히 짧아 졌습니다. 

 여기 체리힐 지역은 한국과 위도가 같아서, 한국과 기후가 거의 비슷하고, 한국의 절기가 한국 보다 더 잘 맞습니다. 올 한해도 절반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가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계절도 서서히 변하고 있고, 세월도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저는 장례식이 5건이 있었어요. 지난 월요일 장례식은 33살 아줌마였어요. 많은 장례식을 치르면서 드는 생각이, 인생이 참 허무하다는 거예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지만,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인생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가 마지막 평가가 되는 거죠.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말씀이 더 의미 심장하게 다가 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실제로그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하고 말씀 하십니다. 그리고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것이다”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이 아주 기막힌 말씀입니다. 구원으로 들어가는 ‘문’은 사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문이 좁다’는 것이 키 포인트입니다. 문이 좁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그리고 과연 그 ‘좁은 문’으로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좁은 문’으로 들어는 갈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들은 그 ‘좁은 문’으로 누가 들어갈 수 있을지,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을지 참 궁금하기도 해요. 그런데, 남들이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지 신경쓰고 지켜보기 보다는, 내가 과연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먼저 내 자신 부터 고민해봐야 합니다. 우리들이 늘 쉽게 저지르는 잘못 중에 하나는요~  늘 남들 먼저 신경씁니다. 그 ‘좁은 문’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남들 평가하기 보다는 정작 내 자신이 그 ‘좁은 문’에 합당한지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남들 흉보지 말고, 너나 잘 하세요!” 

 사실, ‘문이 좁다’는 이 의미에는 상당히 깊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이 ‘좁은 문’은 사실 문 자체가 좁다고 해석하기 보다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다 가져가려고 하니까 문이 좁아지는 거예요.

 만화 ‘챨리 브라운’ 아시죠? 스누피와 함께 나오는 아주 영리하면서도 아주 어리석은 꼬마 캐릭터죠.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캐릭터입니다. 하루는 챨리 브라운이 스키를 타러 가려고 준비합니다. 아주 두툼한 스키 잠바를 입고, 큰 털모자를 딱 씁니다. 그리고, 커다란 부츠와 커다란 스키 장갑을 목에 겁니다. 거울에 딱 비춰보니까 폼이 납니다. 그리고 스키와 스키 폴대를 어깨에 엑스 자로 멥니다. 아주 만족스럽게 미소를 딱 짓습니다. 그리고 뭔가 빠진것이 없는지 둘러 보더니, 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어깨에 매고, 그리고 또 뭔가 빠졌나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차” 하면서, 조그마한 구급상자를 또 가져와서 목에 겁니다. 옳거니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리고 방을 나서려고 하는데, 문제는, 몸에 걸친 두꺼운 옷과 너무나 많은 장비들 때문에, 문을 빠져 나가지 못합니다. 빠져나가려고 낑낑거리다가 다 떨러뜨리고 넘어지고 말죠.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장비들을 보니까 하나도 버리고 갈 것이 없어요. 난감하죠.

 이것이 ‘문이 좁다’는 의미입니다. 문 자체가 좁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다 가져 가려고 하니, 문이 좁아서 못 지나 가는 겁니다. 그 많고 무거운 짐들을 바리바리 다 싸가지고 갑니다. 하나도 버리지를 못해요. 짐만 많은게 아니죠. 고집, 자존심, 욕심, 과거의 후회나 상처 다 짊어지고 갑니다. 몸과 마음이 다 무거워요. 그렇게 바리 바리 다 싸가지고, 어떻게 하늘 나라의 좁은 문을 지나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무거운 거 다 들고, 어떻게 멀고 먼 하늘 나라까지 갑니까!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야 갈 수 있어요.

 제가 요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4월 경 예정이예요. 세상에서 걷기에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합니다. 그냥 걷기만 해도, 은총이 넘치고, 치유가 되는 길이라고 하죠. 그 긴 순례길을 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짐을 얼마나 가볍게 싸느냐 하는 겁니다. 매일 15-20 마일 정도 걷는데, 어깨에 진 짐이 너무 무거우면 걸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 필요할 것 같아서 바리 바리 싸갔다가도, 하루 하루 걸으면서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답니다. 무거운 짐을 다 짊어지고 순례길을 다 완주할 수가 없어요.

 하늘 나라로 가는 우리 여정, 우리 순례길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리 바리 다 싸가지고서는 갈 수가 없어요. 좀 버려야 합니다. 지난 날의 상처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남들이 내게 상처준 일들은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다 기억하고 살아요. 내 고집이나 자존심 … 내가 평생 벌어놓은 많은 것들… 다 싸가지고 가다가는 절대 하늘 나라까지 못갑니다.
하늘 나라로 가는 문은 누구에게나 다 활짝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가볍고 평화로워야 들어 갈 수 있는 문입니다. 세상의 욕심과 고집을 다 안고 갈 수가 없는 길입니다. 
우리는 하늘 나라고 가고 있는 ‘희망의 순례자들’입니다. 우리 순례길에는 그리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아요. 쓸데 없는 것들에 마음을 다 뺏기고, 진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여정에 필요한 것은 오직 ‘희망’과 ‘믿음’과 ‘사랑’ 뿐입니다. 

 하늘 나라까지 가는 우리 신앙 여정, 우리 인생 여정에 늘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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