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난의 40일, 그리고 다시 시작된 하루
사순 시기,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40일 동안 고난의 시간을 보내셨다.
작년 이맘때, 제 남편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자신의 ‘수난의 40일’을 견디고 있었다.
남편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그 시간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병실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연약함을 깊이 느꼈다.
그 이후 삶은 조금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였던 일상이 이제는 매일이 특별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어느 날 병상에 누워 있던 남편에게 물었다.
“퇴원하면 가장하고 싶은 일이 뭐야?”
남편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 한 번 먹고 싶어.”
생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그전까지 ‘먹는 일’을 그다지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 식단을 고민하는 일이 작은 기쁨이 되었다.
오늘은 무엇을 만들어 주면 잘 먹을까 생각하며 부엌에 선다.
남편이 맛있게 먹어 줄 때면 기쁘고,
고맙다는 말을 건넬 때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내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늘이라는 하루를 사랑하기로 했다.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돌아보며
“그래도 우리는 참 잘 살아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하루를 감사히 살아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분들과
그 곁에서 함께 버티고 있는 가족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린다.
성 이윤일 체리힐 한인 천주교회
김정숙 이사벨라
